지난 일요일 파리 시장 2차 투표가 진행됐다. 저녁 8시 투표 마감 후 10시가 넘었을 무렵 좌파 연합 후보 엠마누엘 그레구아르가 파리 시장으로 당선됐는 소식이다. 사회당인 안 이달고 전임시장의 후임이 된 것이다. 당선이 확실시 된 후 자건거로 그의 지지자들과 함께 파리 시청에 도착하자마자 마담 안 이달고의 환대를 받으며 단상에 올라, 파리시의 열쇠를 넘겨받았다. 

프랑스는, 아직까지 열쇠를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 건물 입구는 디지털 코드를 사용하지만, 각 아파트는 열쇠로 문을 연다. 그 열쇠를 어쩌다가라도 잊어버리면 난감하다. 열쇠공을 불러서 문을 열거나, 문을 열기만 하는데도 엄청 비싸고, 문을 열고도 열쇠를 못 찾으면 다시 맞춰야하는데, 부르는 게 값이다. 파리 일상생활에서 열쇠는 엄청 중요하다. 

전임 시장이 신임 시장에게 ‘파리시의 열쇠’(금은 아닌 것 같고, 노랗고 어른 손보다 크다) 라며 건네는 의식을 보며, 순간적으로 곳간 열쇠, 라는 게 생각났다. 예전에 말로만 듣고, 티비 드라마에서나 봤던, 가문의 경제권을 상징하는 곳간 열쇠를 허리춤에 찬 시어머니가 나이들어 기력이 쇠하거나 며느리를 신뢰하게 되었을 때 마지못해 건넨 곳간 열쇠말이다. 열쇠를 건네는 일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일임엔 틈림없는 것 같다. 

신임 시장에 당선되어 첫 출근할 때 시청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상징으로만 남아있는 파리시의 열쇠 전달식에서 열쇠는 “도시를 맡긴다”는 의미로 새 시장이 시민의 신뢰를 이어받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파리는 2001년 이후 계속 사회당, 녹색당 등의 좌파 진영의 시장이 시정을 맡아왔다. 이번에도 광범위한 좌파 연합의 단일 후보로 선택된 파리시장의 사회적 불평등,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행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