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장터

일요일 아침, 일주일 치 장을 보러 장터에 간다. 장터는 동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동네에서는 화요일·금요일·일요일, 일주일에 세 번 아침마다 열린다. 전날 저녁이면 구청 직원들이 임시 텐트를 설치한다. 수확물을 실은 지방의 생산자들, 미리 조리한 음식물을 실은 판매자들은 새벽 어둠을 가르며 달려오고, 소매상인들 역시 도매상에서 물건을 받아 오는데 9시 무렵이면 각자의 임시 텐트에 상품들을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펼쳐놓는다. 북적이던 장터는 오후 1시쯤이 조용히 문을...

그림책, 가방

그림책, Le sac (가방)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웨덴 작가 Emma Adbage(엠마 아드바즈)의 그림책이다. 가방, 은 사실상 그림책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검은색 쓰레기봉투이다. 주말에 할머니 집에서 머물렀던 두 아이가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집안 분위기가 이상함을 바로 느낀다. 거실, 큰 방, 주방, 욕실, 그리고 자신들의 방에서 냄새를 느낀다. 비어 있고 가지런해진…!! 뭔가 달라진 것을 아이들은 냄새로 발견한다. 곧바로 문 앞에 놓인...

디즈니의 실체

파리는 흔히 지붕 없는 박물관, 혹은 야외 박물관이라 불린다.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도시 전체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스트리트 아트는 파리라는 거대한 야외 박물관을 채우는 중요한 요소다. 거리 예술(Art de la rue)은 공공장소에서 예술적 표현과 사회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저녁 산책 중, 우연히 강렬한 거리 예술 작품 하나를 마주했다. 한 남자가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싼 미키 마우스들은 교활한...

사람이 있고, 행위가 있는데…

아버지의 재판 중, 아이가 말을 이어가고 있다.아이는 12살이다. 지난 목요일 티브이에서 다큐멘터리를 봤다. 프로그램은 <Envoyé  spécial> 이다. 탐사보도·르포르타주로, 사회 문제, 국제 이슈,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등을 깊이 있게 다루는 시사 다큐멘터리이다. 르포르타주 첫 번째 에피소드는 “Le procès de mon père.”(아버지의 재판).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직접 목격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했다....

눈 덮힌 파리

PARIS · HIVER 폭설 파리, 조용해진 도시의 산책 루브르에서 튈릴리 정원을 지나 콩코드 광장까지 이어진 눈 덮인 아침. WINTER WALK · PARIS 파리에 폭설이 내렸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해 오전에만 5cm가 넘게 소리없이 쌓였다. 눈은 파리시 전체를 하얗게 덮었고 소음마져 덮었다. 파리시 전체 시내 버스는 멈추고 간혹 눈에 띄는 자동차들은 파리지앵들의 오리걸음에 속도를 맞췄다.처음맞이하는 -개인적으로- “폭설”에 잠긴 파리를 루브르에서부터 튈릴리 정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