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다니던 길이다. 익숙한 길에서 한 낮의 햇살과 함께 빠르게 움직이는 짙은 구름이 마술을 부린 듯 전혀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이끌려 잠시 숨을 고른다. 어둠이 내린 저녁엔 볼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이다. 

보들레르 (Baudelaire) 의 악의 꽃 (Les fleurs du mal) 의 한 구절이 맘을 사로 잡는다. 

모노톤의 겨울, 내면에 자리를 내어주는 시간이다. 바깥세상으로 향한 문을 닫고 자신의 내면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외부 세계를 멀리해야 우리 안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속 잔뜩 웅크린 여자 둘레에 나비가 날고 있다. 

봄이다. 지난 봄과는 분명히 다른 봄이다. 이 새로운 봄을 다시 산다. 돋아나는 연두빛 새싹, 활짝 피어난 꽃들에 지난 겨울의 시린 맘을 녹인다. 햇살은 성찰의 겨울을 지낸 이들을 다시 살게 한다.